뒤늦게 한글 깨친 할머니들,시인되다

한글날 ,서울 광화문에 춘천 할머니들의 시화전 열려...

할머니들의 순수한 언어표현, 시인의 마음도 울려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선우미애 시인

지난해 뒤늦게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이 시쓰기 수업을 받은 후 시화전을 열면서 화제가 됐고요.이 할머니들의 작품이 한글날 경축식에까지 소개된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있었죠.시쓰기 수업 강사로 나섰던 춘천출신의 선우미애 시인 모시고, 얘기 나눠보죠.

◇박윤경>안녕하세요?

◆선우미애>네, 안녕하세요?

◇박윤경>춘천출신의 시인이라고 소개를 해드렸는데요. 춘천문단에서 활동한 지도 벌써 27년이 되신 시인이세요. 이렇게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선우미애>부끄럽습니다.

◇박윤경>이번에 참 의미있는 행사에 초대가 되셨어요.광화문에서 열리는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

◆선우미애>네.

◇박윤경>뒤늦게 한글을 깨우친 할머니들의 시화 작품이 화제가 되면서, 이렇게 전국적으로도 소개가 되는 건데요. 시인께서 강사로 수업을 진행하셨어요. 어떤 프로그램이었나요?

한글날,서울 광화문광장에 할머니들의 시화전이 열렸다(사진=선우미애 시인 제공)

◆선우미애>지난 여름에 춘천예총에서 계획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엄윤경 사무국장의 제안을 받고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박윤경>이제 막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을 상대로 한 시수업, 어떻게 진행이 됐을지도 궁금해요?

◆선우미애>할머니들께서 글을 배우시는데요. 글이란 건 배워서 써야하잖아요. 편지도 쓰고 일기도 쓰고요. 그렇게 누구나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테고요. 넋두리도 있을 테고요.

어르신들도 그런 마음이셨습니다. 그래서 한 분 한 분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 놓으실 수 있도록 수업을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시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으로 못 쓰시겠다고 말씀하셨죠.

◇박윤경>할머니들에게 시를 어떻게 소개를 하셨어요?

◆선우미애>시는 어려운 게 아니라 마음 속에 간직하는 기쁜 일, 슬픈 일, 전하고 싶은 일을 간단하게 일기처럼 쓰시면 된다고 간단한 동시를 낭독해드렸어요. 쉽게 시에 접근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시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있는 할머니들(사진=선우미애 시인 제공)

◇박윤경>수업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선우미애>가장 놀라운 건 할머니들의 순수한 언어표현이었습니다. 심중에 있는 언어를 저희가 쓰지 않는 언어를 쓰셨는데요. 어느 분이 장미꽃을 쓰셨는데요.

우리가 흔히 생각해보면 빨갛고 가시가 있는 것, 이렇게 접근하기가 쉬운데요. 그런데 할머니가 쓰신 시는 장미꽃아 너는 왜 맨날 이쁘냐고 하세요. 해마다 피는데 그 모습 예쁘게 피는 걸 관찰하셨더라고요.

세월이 흐르니까 나는 이만큼 늙었는데, 너는 해마다 피는데도 같은 모습으로 피어났구나라는 관찰력을 보면서 마음속에서 끌어내는 부분이 각양각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박윤경>시인께서도 그동안 여러 시집을 통해서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주셨는데요.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면서 그동안 다른 분들에게 드렸던 감동을 되돌려 받으셨을 거란 느낌도 들어요. 시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았다면서요?

◆선우미애>네. 맞아요. 어르신들의 속마음을 써놓은 시들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곤 했어요. 어쩌면 그런 시가 어르신들이 삶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었고요. 저 또한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시대의 선상에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같은 마음으로 아팠고 순수한 시적언어에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박윤경>이 작품들을 가지고 춘천시청 로비에서 시화전을 열기도 했는데, 처음부터 계획했던 일은 아니었다면서요?

◆선우미애>처음에는 시화 작업을 하고 소책자를 만들어서 할머니들께 남겨드리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예총에서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시청 로비에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다들 너무 감격스러워 하셨습니다.

◇박윤경>그렇다면, 실제 할머니들이 지은 시도 잠깐 감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우미애>대표적인 시인데요. 5월이라는 시예요. 이 시를 보고 할머니 학생들에게 읽어드리면서 울컥해서 천정을 쳐다보면서 읽곤 했어요. 결국 이 시가 대회에 나가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어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5월. 박성예.

나는 5월이 싫다.
행복하게 살던 남편이 부대에서 사고로 하늘로 갔을 때가
5월이기 때문이다.
아들과 뱃속 4개월된 딸과 나의 행복은 5월의 어느 날 다 깨졌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들 말할 때마다 난 정말 싫었다.
내 나이 26살에 인생은 끝난 것 같았다.
42년동안 긴 산을 넘고 또 넘어
아들 딸 시집 장가 보내고 손주도 생겼다.

나는 60이 훌쩍 넘었고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내 속 얘기를 꺼내놓을 수 있어서 좋다.
아직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5월, 남편의 제사를 잘 지내고
내년부터는 5월을 싫어하지 말아야겠다.

◇박윤경>아. 정말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선우미애>할머니께서 5월이라는 시에 대해서 우시면서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속이 시원하신 거예요. 다 꺼내놓고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새로운 5월을 사랑하겠다고 하셨어요. 가슴이 아주 짠했습니다.

◇박윤경>마음속에 있는 생각과 느낌을 표현한다면 우리 모두가 시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름다운 우리의 글을 통해 이 가을에 모두가 시인이 되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드는데,쉽게 쓸 수 있는 시 창작 방법, 한 가지만 짧게 소개해주신다면?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에 출연한 선우미애 시인(사진=자료사진)

◆선우미애>나름대로 시인이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꺼내놓지 않는다는 건데요. 글쓰기는 모든 글의 기본이 되는 거잖아요. 그건 곧 일기가 되겠죠. 일기를 쓸 때 솔직한 마음을 쓰듯이 진실한 마음을 그림의 배경처럼 두고 그 위에 시를 써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윤경>끝으로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도 알려주실까요?

◆선우미애>‘솜솜히 사모하여 꽃이 되는 소리’라는 그림시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11월이면 출간될 예정입니다.

◇박윤경>앞으로의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선우미애 시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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