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불명예 강원FC 이사회, 마지막에라도 책무 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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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 불명예 강원FC 이사회, 마지막에라도 책무 다할까?

견제와 직언 대신 침묵, 지원으로 일관...30일 조태룡 대표 거취 문제 결정

22일 강원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날부터 이틀간 열린 국감에서 강원FC 경영 비리와 관련한 질타가 쏟아졌다. (사진=강원도 제공)

22일 강원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날부터 이틀간 열린 국감에서 강원FC 경영 비리와 관련한 질타가 쏟아졌다. (사진=강원도 제공)
'조태룡 강원FC 대표의 경영 비리 뒤에는 구단주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거수기에 머물렀던 강원FC 이사회의 배임이 있었다'

강원FC 경영 비리 사태를 지켜본 강원도의회와 정치권의 공통된 평가다.

심영섭 강원도의회 사회문화위원장은 "언론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조 대표 문제는 구단주와 이사회의 묵인 속에 그대로 묻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강원CBS '강원FC 고위 간부, 협찬 항공권 개인사용 의혹(5월 14일자 보도)' 보도 이후 5개월이 흘렀다. 강원CBS는 조태룡 강원FC 대표가 동생 술집 업무에 구단 인턴사원을 동원하고 강압적인 회사 운영 방식, 과도한 인센티브 계약 체결 등의 문제도 잇따라 보도했다.

때마다 반복되는 강원FC 경영 비리 문제는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축구인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고 지난 6월 강원도지사 선거 쟁점으로도 확대됐다.

비난 여론 속에 강원도는 2014년 이후 다시 한번 강원FC 특별검사에 착수해 구단 대표 광고료 사적 사용, 법인카드 사용 부적정, 인사 관리 부실 등의 문제를 재확인했다.

타 언론에서도 강원FC 사태와 개선 노력 여부를 대대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강원연구원이 집계한 결과 지난 9월 언론에서 강원도 관련 기사로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강원FC' 였다. 조태룡 대표 비위 문제 등이 요인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강원도 시군 축구협회장단은 조 대표를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조 대표 경영 비리와 관련해 징계 규정을 강화했다. 연맹은 지난 7월 23일 제5차 이사회를 열고 K리그 구성원의 활동정지 규정을 신설했다.

활동정지 규정은 승부조작, 금품수수, 강력범죄 등 명백한 비위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구성원에 사법기관과 연맹 상벌위원회 등의 최종적 심의절차에 앞서 리그 차원의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 신설됐다. 상벌위원회도 열어 강원FC에 제재금 5000만원 부과와 조 대표에 대한 축구관련 직무 정지 2년 조치 명령을 내렸다.

지난 22, 23일 5년만에 열린 강원도 국회 국정감사는 현안 해결의 장이 아닌 강원FC 경영 비리에 대한 성토와 감사원 감사 요구 등 쓴소리가 주를 이뤘다.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구 을)은 "개인이 구단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정의라는 관점에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 지사는 정의롭고 의로운 길을 걸어오지 않았느냐. 추상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서울 중구 성동구 갑)은 "강원FC 구단을 정치적으로 독립시키겠다는 취지가 관리부실에 대한 면죄부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원FC 문제와 관련해서는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정감사에 이어진 10대 강원도의회 첫 도정질문 주제 역시 사임 의사를 밝힌 조태룡 대표의 해임과 구단주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책임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정유선 강원도의원은 "조태룡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조용히 물러나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며 "강원FC 문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반드시 징계 절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해임으로 가고 감사원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강원FC 현 이사회도 문제 발생에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해야 한다"며 "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해서라도 이번 사태를 명확히 해결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08년 강원도민들의 자부심과 화합을 이끌겠다며 도민구단으로 창단한 강원FC의 씁쓸한 이면에는 '무책임한 행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조태룡 대표와 구단에 책임자로 파견한 강원도 고위 공무원이 체결한 임원계약서는 대표의 책임보다 권한에 무게를 뒀고 지난 3월 이사회를 열어 개정한 대표 임원계약서 역시 겸직은 물론 지원책을 명확히 하는데 중점을 뒀다.

제재 규정은 민, 형사상 책임은 없고 계약 해지가 유일했다. 사유는 ▶임원 계약서와 정관을 포함한 회사의 각종 사내규정, 관련 법령을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신체 장애로 업무 수행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된 경우 ▶강원FC 선수단의 성적이 현저하게 부진한 경우 ▶영업수익과 영업외 수익 등의 합계액이 2016년 당초 수입예산 총액보다 저조한 경우 ▶고의로 강원FC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등이다.

해당 사유와 관련 없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해임할 수도 없고 부득이한 사유로 임원을 해임하거나 사임을 권유하면 임원과 별도 합의가 없으면 퇴직금과 퇴직위로금도 지급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포괄적이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 적지 않다는게 강원도의회 안의 평가다. 따라서 조 대표 거취 문제를 다룰 30일 강원FC 이사회가 사임이 아닌 해임 결정을 내려도 퇴직금과 퇴직위로금을 지급해야할 명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사진은 조 대표를 포함해 강원도 문화관광체육국장, 강원도 체육회 사무처장 등 3인이다. 조 대표는 2016년 3월 구단 경영 활성화를 위해 최 지사가 영입했고 나머지 두 이사는 최 지사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공직자 신분이다.

정치권과 축구계에서는 강원FC 경영 비리가 자행되고 묵인될 수 있었던데는 구단주 최 지사와 이사진의 방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프로축구계 인사는 "구단주가 잘못된 결정을 한 것도 문제지만 도민의 혈세로 직을 유지하는 고위 공무원들이 할 말을 해야할 때 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제 역할을 포기한 처사"라고 말했다.

최문순 지사는 지난 24일 강원FC 사태와 관련한 강원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도, 시민 구단을 시도 지사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 그것을 안하기 위해 경영 자율성, 독립성을 100% 거의 보장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율적이고 도덕적인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가진 만큼 철저하게 경영상황을 들여다보면서 도덕적 자율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만호 강원도 경제부지사도 "사퇴 방식에는 사임과 해임이 있다. 사임을 하게 되면 퇴직금을 받게 된다. 이사회를 통해 조태룡 대표 거취 문제를 결정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사회를 7인 이상으로 재편하고 정관과 회계운영 방식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구단주에게 직언 보다는 침묵을, 구단 대표에게는 투명 경영을 위한 견제보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지탄을 받아 온 강원FC 이사진. 사실상 마지막 임기가 될 30일 이사회에서 어떤 역할과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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