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부른 노래 속에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부른 노래 속에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김진묵악단 김진묵 악단장 인터뷰
광복절에 우리 선조들이 불러온 노래 한 자리에…동학농민운동부터 6.25전쟁까지
주제 ‘꽃 그리고 새’…“꽃처럼 아름답고 새처럼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우리 역사 그려”
2019평창동계올림픽 도지사 표창 받은 작품…많은 관람객과 만나고 싶어 다시 무대 올려
판소리․악극․성악 등 여러 장르 한 무대에…역사와 인문학이 무대와 만나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강민주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윤유미 인턴
■ 대담 : 김진묵악단 김진묵 악단장

 



◇박윤경> 내일(15일)은 광복절입니다. 광복절을 맞이해 우리 지역에서 의미 있는 공연이 열린다고 해서 시사포커스에서 모셔봤는데요. 동학농민운동부터 6.25 전쟁까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들부터 불러온 우리 노래를 노래와 춤, 연극, 판소리와 악극까지 다양한 형태로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 강원CBS와도 인연이 깊으신 분인데요, 우리나라 1호 재즈평론가이시죠. 김진묵 음악평론가. 오늘은 김진묵 악단에 김진묵 악단장으로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진묵> 네. 안녕하세요?

◇박윤경> 벌써 1년이 지났나요? 그동안은 김진묵 트로트 밴드 정기 공연으로 인사를 나눴었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김진묵> 저희가 명칭을 ‘악단’으로 바꿨습니다. 트로트 밴드가 가는 길과 악단이 가는 길이 조금씩 다릅니다. 물론 단원들은 많이 중복이 되지만요. 악단은 밴드보다 규모가 큽니다. 트로트 밴드는 몇 사람씩 모여서 즐겁게 연주하는 자리고 악단이 되면 보다 조직적으로 편곡도 하고, 그런 방식으로 음악적인 틀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박윤경> 그래서 ‘김진묵 악단’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처음 공연 준비를 하셨는데요. 소개를 해주실까요?

◆김진묵> 8월 15일입니다. 한림대학교 일송아트홀에서 ‘꽃 그리고 새’라는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꽃과 새는 바로 우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꽃처럼 아름다워야 하고 새처럼 자유로워야 하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렇지 못했거든요. 일본에게 나라를 잃었잖아요? 그 뒤에 또 전쟁을 했어요. 이런 바보 같은 역사에 꽃과 새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대에 우리 선조들이 불렀던 노래들. 그런 노래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노래들은 기분 좋게만 부를 노래가 아닌 노래들이 있습니다. 이번 무대는 그런 노래들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뜻을 살펴보자는 의도로 준비했습니다.

이 작품이 작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도지사님 표창도 받았습니다. 그 때 올림픽에 참가하신 많은 분들이 공연도 보러 오셨다가 가요 무대인줄 알고 박수를 치다가 역사 이야기가 나오니까 나중에는 전부 눈물을 흘리면서 가셨어요. 어떻게 보면 역사, 인문학과 무대를 접목시킨 그런 작품입니다.

김진묵악단 김진묵 악단장

 



◇박윤경>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음악무대를 떠올렸는데요. 음악에, 연기에 몇 가지가 들어가는 건가요?

◆김진묵> 판소리 명창도 있고 악단이 연주하고 가수들이 노래합니다. 성악가들도 참여합니다. 때로는 음악이라는 것에 춤도 춰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노래와 역사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어요. 무대에서 연기도 하고, 연기하는 장면을 찍어서 상영하기도 하고, 조명, 악극,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모든 연희를 조금씩 모아서 한 무대에 올렸습니다.

◇박윤경> 다양한 장르가 한꺼번에 무대에 올라오는 것은 흔하지 않은데요.

◆김진묵> 그런 다양한 요소들을 묶어서 무대에 올리면, 관객들이 보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흐름을 타고 가면서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죠.

◇박윤경> 아무래도 선생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다양하잖아요? 음악평론가, 재즈평론가, 작곡가, 연주자, 수필가 등등. 이런 것들이 다 이번 무대에서 역량이 발휘되시는 것 같아요.

◆김진묵> 그렇죠. 그런 것들이 저는 모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꽃 그리고 새’는 제가 2000년대 초에 대학에서 강의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음악을 젊은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선조들이 불렀던 노래들을 강의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그 후로 여기 저기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것을 강의로 끝낼 것이 아니라 공연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6년 여름에 하루 만에 대본을 다 썼습니다. 이 작품을 정식 무대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2017년도에 강원도에서 올림픽에 공연으로 올릴 작품을 찾는 공고가 났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올렸더니 좋아하시고, 돈이 많이 드는 공연이지만 올림픽이라 지원금이 나와서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지사님 표창도 받고 올해 공연을 다시 하게 된 것입니다.

◇박윤경> 2000년대 초에 강의를 들으셨던 분들은 그때가 생각이 나면서 무대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요. 어떻게 또 날짜와 시기가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이 생겼어요.

◆김진묵> 그렇죠. 일제강점기 시절 내용이 많거든요. ‘번지 없는 주막’ 같은 경우는 남녀가 헤어지는 상황입니다. 이 이별이 사실은 남자가 만주 쪽으로 독립운동을 하러 가는 상황이라서 헤어지는 상황인데, 그 당시 일본의 검열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못하고 그냥 일반 연인의 헤어짐으로 묘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대지의 항구’도 의미가 있습니다. 대지에 항구가 어디 있습니까? 바다에 있죠. 집(우리나라)을 떠나고 만주, 연해주 쪽을 떠돌아다니면서 일본에게 점령된 고향으로 돌아올 수 도 없는 상황. 그런 내용이거든요. 이런 우리음악도 좋은 음악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광복절에 공연 날짜를 잡았습니다.

 



◇박윤경> 그럼 지금 설명해주셨던 ‘번지 없는 주막’, ‘대지의 항구’도 이번 작품에서 노래로 만나볼 수가 있나요?

◆김진묵> 그렇습니다.

◇박윤경> 말씀을 들으면서 ‘이 곡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직접 가서 들으시면 좋겠지만 그래도 오늘 모셨으니까 우리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는 그 시절에 어떤 노래를 부르셨을까. 조금 더 소개해 주세요.

◆김진묵> 김진목 악단의 룰이 있습니다. ‘절대로 이번 공연에 무슨 곡 하는지 말하지 말자.’(웃음) 왜냐하면 공연에 오시면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끝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연에 나오는 곡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음악이기 때문이에요. 너무 익숙해서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굳세어라 금순아’도 있고, 전쟁 끝나고 고향을 찾아가는 ‘이별의 부산 정거장’도 있고 해방의 감격을 느낀 ‘감격시대’도 있습니다.

1930년대에 일제가 참 못살게 굴었습니다. 그 아픔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오빠는 풍각쟁이야~’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위안한 것입니다. 어떤 학자들은 일제가 너무 우리 사회를 쥐어짜다 보니까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그런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런 노래들을 부르면서 우리 선조들의 아픔과, 지금 우리가 여기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는 것이죠.

◇박윤경> 공연장을 찾을 예정이실 청취자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가시면 좋을지, 또 공연을 200%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눠주실까요?

◆김진묵> 그냥 편하게 오시면 됩니다. 편하게 오셔서 우리 음악, 우리 언어로 된 음악이니까 편안하게 들으시면서 역사공부도 조금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입장도 무료고 주차도 무료입니다.(웃음) 주차비도 제가 미리 다 냈습니다.

◇박윤경> 앞으로 이 작품이 그냥 한 해 공연으로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데요. 관련해서 갖고 계신 바람이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진묵> 이번에 촬영을 멋지게 하고 편집해서 일종의 공연 다큐, 영화를 만들어서 유튜브에도 올리고 그것을 가지고 전국 순회공연을 한 번 하고 싶습니다. 이 음악들이 교육적인 면도 있으니까. 다양한 무대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박윤경> 이번 공연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고요. 김진묵 악단으로 앞으로의 활동들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진묵> 네. 고맙습니다.

◇박윤경> 지금까지 김진묵 악단의 김진묵 악단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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