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현장, 법·제도 없는 ‘무법천지’..택배노동자 잇따라 죽어나가”

“택배현장, 법·제도 없는 ‘무법천지’..택배노동자 잇따라 죽어나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세규 교육선전국장
“당일 배송 강요‧벌점·벌금 때문에 잠 안자고 배송 나갔을 것”
“고인 당일 택배물량 420개..타사 기준 800~900개 소화 물량”
“전국 5만명 택배기사 가운데 ‘입직 신고’ 1만8천 명 뿐”
“택배기사 취업 사기‧구역 되파는 잘못된 관행도”
“마음대로 그만두지도 못해..손해배상으로 배송수수료의 2~3배 청구해서”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13:35~14:00)
■ 제작 : 강민주 PD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민희
■ 대담 : 김세규 교육선전국장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박윤경> 또 과로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또 생활고에 몰린 택배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추가로 전해졌는데요.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번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세규 교육선전국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세규> 네, 안녕하세요?

◇박윤경> 국장님, 정확히 한 달 전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당시에도 코로나19와 연휴까지 겹쳐서 택배 물량이 엄청나고, 또 그때쯤에도 택배 노동자가 한 분 사망하신 사건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또 비슷한 사건이 한 달 새 전해졌습니다. 택배 노동자 분들에게도 굉장히 충격일 거 같습니다. 어떤가요?

◆김세규> 많이들 슬퍼하고 계시고 걱정하고 계십니다. 저희가 추석 연휴 전에 정부와 택배업계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많은 택배 노동자들이 쓰러질지 모른다는 호소를 드렸으면 불구하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자 더 많이 안타깝고 억울하고 분노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박윤경> 먼저 지난 12일 숨지신 택배 노동자의 사연, 굉장히 젊은 분이셨어요. 그런데 숨지기 4일 전 새벽 4시 28분쯤에 동료에게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집에 가면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정리를 해야 해서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었어요. 이게 특별히 한 두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인가요, 아니면 잠도 못자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다른 어떤 택배 기사님에게도 일어나는 일인가요?

◆김세규> 저희도 보통 밤 11~12시, 새벽 1시정도까지는 배송을 하는 걸로 익히 알고 있었는데요, 당연히 택배 기사들도 잠을 자야하기 때문에 배달 물량이 남아있더라도 집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당일 배송을 해야 한다는 강요도 많이 있고 벌점도 매기고 벌금도 나가는 상황이라서 어떻게든 당일 배송하시려고 그 시간까지 아마 배송을 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박윤경> 이 사건 이후, 배송 구역이 택배기사님들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는 내용이 전해졌습니다. 원래도 업무 강도가 높은데, 어느 회사 소속이냐, 어느 구역을 맡고 있느냐에 따라서 업무가 더 과중해질 수 있는 건가요?

◆김세규> 지금 CJ대한통운 같은 경우 택배 물량이 50%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량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같은 3백 개를 배송한다고 하더라도 CJ 기사들은 적은 시간에 배송을 마칠 수 있는 반면, 한진이나 롯데 같은 택배 기사님들은 상대적으로 구역이 넓기 때문에 시간이 두 배로 걸린다고 보고 있고요. 정확하게 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고인께서 배송하셨던 지역이 아파트 밀집 지역이 주택가나 빌라들이 많은, 택배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워하는 구역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윤경> 그러니까 하루에 소화해야 하는 택배 물량이 몇 건인지만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아파트 같은 밀집 구역은 3백 건을 하더라도 단 시간에 끝낼 수 있는 반면에 아파트가 아니라 떨어져있는 건물 같은 경우에는 2백 건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 있는 거죠.

◆김세규> 고인께서 4백20개를 들고 나가셨다고 하는데 CJ기사 입장에서 보면 8~9백 개를 소화하는 시간이 걸리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박윤경> 배송구역이 넓어지면 어떤 어려움을 예상해볼 수 있을까요?

◆김세규> 저희가 다들 아시다시피 차량을 통해서 이동하잖아요. 그래서 차를 한 번 세웠을 때, 몇 개를 배송할 수 있는지, 주변에 몇 개의 택배 물량이 나에게 도착했는지에 따라서 시간이 상당부분 차이가 나고 아파트를 가더라도 CJ기사들은 몇 십 개씩 들고 가지만 한진이나 롯데는 4~5개씩 들고 가니까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힘든 거죠.

최근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과로사 추정 사망사고에 대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해 21일 국회 환노위(위원장 송옥주) 소속 여야의원들이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을 현장시찰하고 있다.

 



◇박윤경> 배송 도중에 숨지신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된 문제도 발생했는데요, 다행히 대필이 확인이 돼 산재 적용을 받게 됐습니다만 또 ‘입직 신고’라는 게 나오더라고요. ‘입직 신고’가 안 된 택배 노동자가 많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게 모두 산재보험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입직 신고라는 게 어떤 건가요?

◆김세규> 쉽게 말씀드려서 이 대리점에 내가 택배 기사로 등록이 되고, 일을 시작했다는 의미의 신고를 하게끔 돼 있고요. 저희가 확인해본 바로는 전국에 5만 명의 택배 기사가 있는데 그 중에 입직 신고가 되어 있는 택배 기사는 1만8천 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박윤경> 너무 적은데요?

◆김세규> 네, 3만2천 명은 아예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말 그대로 유령 같은 존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입적 신고를 안 하는 이유는 산재보험인 탓도 당연히 있고, 현장에서 당장 ‘너 내일 그만둬’라고 할 수 있는 갑질이 용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윤경> 아니, 저희는 어느 기사님하면 당연히 어느 지점, 어디에 등록되어 있으신 분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데 5만 명 가운데 1만 8천명이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의무사항이 아닌 거예요?

◆김세규> 네, 택배 현장이 아무런 법이나 제도가 있지 않은 무법천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물론 회사 자체 시스템에서는 등록이 되어 있지만, 어떤 법적인 부분과 관련한 계약서를 쓴다거나 입적 신고를 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윤경> 또 지난 20일에 전해진 소식입니다. 부산의 어느 택배 노동자 한 분이 생활고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고 사망하셨다는 너무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요. 내용을 보니까 권리금, 차량 할부금 등의 문제가 전해졌습니다. 저는 택배 노동자분이 일을 처음 시작하실 때 권리금을 내야한다는 건 몰랐어요.

◆김세규> 저희는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요, 최근에도 아직 그런 잘못된 관행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했고요. 아주 보편적으로 만연하지는 않은데 회사들 마다 조금씩 잘못된 관행들이 여전히 있는 거 같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어떤 법이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이런 관행들이 있다고 봅니다. 대리점을 사고 팔거나, ‘택배 취업 사기’라고 해서 여기 구역을 줄 테니 차를 비싸게 사게끔 사기를 치거나, 구역을 되팔면서 이 구역에 들어오려면 얼마를 내야 한다는 잘못된 관행들이 남아있는 거 같습니다.

◇박윤경> 보증금도 있던데 보증금은 왜 내는 건가요?

◆김세규> 이것도 대리점에서 택배 기사들에게 아무런 법적 의무 없이 네가 여기에서 일을 하려면 이 정도 돈을 내야 된다는 건데, 명분은 고객 물건에 대한 파손 혹은 분실에 대한 책임 보증금으로 받고 있는데 사실 분실과 파손에 대한 비용도 저희가 다 부담을 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갈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입직 신고나 계약서조차 쓰지 않다보니까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는 거예요.

◇박윤경> 그만 둘 수도 없어요?

◆김세규> 그만둔다고 얘기하면 사람을 네가 구하고, 책임져라, 만약에 일방적으로 저희가 그만둔다고 했을 때는 자기 물건 배송에 대한 손해배상을 저희가 받는 배송 수수료의 2~3배 정도를 청구하기 때문에 그만둘 수도 없고 산재 적용되는 신청서 대필 의혹이나 이런 것들에서 보듯이 노동부나 정부나 택배회사들이 현장에 대한 관리와 지도 관리, 점검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택배 현장에 대한 어떤 법적 규제도 없다보니까 말 그대로 무법천지 상황 속에서 가장 약자인 저희 택배 노동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윤경> 말씀을 나눠보니까 문제가 정말 한 두 가지가 아닌데 끝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김세규> 최근에 택배 노동자분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저희들은 단 한가지 택배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번 이번 기회 만큼은 국민들께서 많이 도와주셔가지고 저희 택배 노동자가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윤경> 그래요, 이번에는 정말 눈에 보이는 변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나눌게요. 지금까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세규 교육선전국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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