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이름' 거래 성행하는데, 투기 단속은 '공직자 본인만'

'부인 이름' 거래 성행하는데, 투기 단속은 '공직자 본인만'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양구 역세권, 전현직 공직자 배우자 명의 토지 매입 실태
강원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 조사, 본인 한정 '실효성 논란'
강원도 감사위원회 "배우자 등 가족 강제 수사 한계, 선출직 조사 권한 밖"

전 군수, 전현직 양구군청 간부들이 본인 또는 부인 명의로 매입한 토지가 산재해 있는 양구군 양구읍 하리 동서고속철도 역세권 전경. 진유정 기자

 

강원도가 도 감사위원회를 중심으로 공직자 부동산 투기 대책반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지만 조사 대상을 공직자 본인으로 한정해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도는 지난 19일 도내에서 최근 개발계획이 확정된 춘천수열에너지 지구, 동서고속철도 역세권 및 배후도시(속초, 화천, 양구, 인제, 양양, 고성) 주변 1Km 이내를 대상으로 공직자 토지 소유 현황을 조사한 1차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까지 7개 시군 조사결과 85명 공직자가 총 156필지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속 기관별로는 △강원도청 직원 현직 8명, 퇴직자 1명 16필지 보유 △시군 공직자 현직 59명, 퇴직자 17명 140필지 보유 등이다.

조사 방법은 해당 투기의심지역에 대해 2014년까지 토지보유현황을 파악하고 2016년부터 5년간의 취득세 납부자료를 바탕으로 공직자 여부 파악과 현지 조사를 병행해 압축했다.

하지만 특별대책반 조사가 본인 외 배우자, 가족, 차명 등을 사용한 토지 매입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투기 의혹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통해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양구 역세권 일대 주요 토지가 전 단체장, 전현직 고위 공직자 배우자 명의로 거래된 사실이 확인됐다.

동서고속철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확정된 2014년과 사업 추진이 확정된 2016년을 전후해 이뤄진 토지 거래도 포함돼 있었다. 양구군청은 이들이 매입한 토지 옆으로 농어촌도로 확포장 공사도 추진했다.

어승담 강원도 감사위원장이 지난 19일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공직자 부동산 투기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양구 역세권 농경지는 평(3.3㎡)당 10만원에서 동서고속철도 확정 이후 평균 50~60만원, 많게는 90만원까지 시세가 올랐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직책의 권한을 이용해 내부 정보를 부당하게 활용해 투기하는 행위로 고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해당 단체장과 간부공무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 행위 의혹에 대해 사법당국의 엄정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강원도당도 "역세권을 투기마당으로 만들어버린 이들의 비위행위는 비판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공직사회의 기강이 바로 선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투기대상자는 전·현직 공무원으로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배우자, 친인척, 차명거래를 통한 불법 땅투기도 근절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민간 연구기관 등도 강원도 감사 방식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춘천경실련·춘천시민연대·(사)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공동 성명을 통해 공직자 본인 명의 토지소유 유무로 국한한 투기조사 대상자를 직계존비속, 지방의회 의원 및 의원 직계가족으로 확대해야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인력 확대, 조사 참여기관 다각화도 주문했다.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배우자 등 가족은 개인 정보 이용 동의가 필요하고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어서 1차 공직자 본인 조사 종료 후 조사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출직은 도 감사위원회 차원에서 조사 권한이 없다"는 한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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