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계엄은 무효" 감호시설 도주 실형, 44년만에 무죄

"위헌적 계엄은 무효" 감호시설 도주 실형, 44년만에 무죄

핵심요약

군 감호시설 끌려간 뒤 도주해 실형 선고
법원 "계엄 포고 자체 위헌이자 무효" 무죄 내려

춘천지법. 구본호 기자.춘천지법. 구본호 기자.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0년 계엄 포고 이후 군 수용 시설에 끌려갔다 도주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70대 남성이 44년 만에 억울함을 풀게 됐다.

춘천지법 제1형사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사회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도 재심 사건 진행 과정에서 A씨에게 무죄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1980년 8월 4일 선포된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특정 시설에 수용됐다 이듬해 1월 '재범 위험성이 높다'며 사회보호위원회가 2년 보호감호를 결정해 군 시설로 끌려갔다.

1981년 6월 18일 오후 당시 육군 9사단 29연대 감호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던 A씨는 생활이 고달프다는 이유로 함께 끌려온 이들과 공모해 경계병들을 제압한 뒤 도주했다.

같은해 12월 이 사건으로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2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이듬해 상고 기각으로 형을 확정받았다.

억울하게 군 시설로 끌려갔던 A씨는 시간이 흘러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3월 "이 사건 계엄 포고는 당초부터 위헌, 무효라고 인정돼 재심사유가 있다"고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당시 계엄 포고 자체가 위헌이자 무효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심 부장판사는 "당시 계엄포고는 폭력사범 및 사회문란 사범을 검거·순화한다는 명분 아래 포괄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영장 없이 체포·수용을 허용했다"며 "이는 영장주의,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상 기본권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며 비상계엄의 군사상 필요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고, 당시의 정치·사회 상황은 계엄을 통한 질서 유지를 정당화할 수준이 아니었다"며 "당시 피고인이 처벌받은 법도 위헌적 계엄 포고를 전제로 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전두환 정권 시절 삼청교육대 설치 근거가 됐던 계엄포고 제13호의 발령 절차와 내용 모두 위헌·위법해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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